1. 프롤로그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먼저 생각났던 발레 공연 <백조의 호수>를 관람했습니다. 5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일환이었으며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이었어요. 이번 축제는 여러 발레단의 다양한 작품들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총 5일 공연이 거의 전석 매진될 정도의 인기를 이루었어요.

 

그 동안 접했던 춤 공연은 플라멩코 아니면 하이라이트인 갈라쇼 혹은 여러 소재로 꾸며진 무용이라 하나의 작품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2014년 강수진씨가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국립발레단은 1974년 국립무용단에서 독립했습니다. 해외 유수 안무가와 무용가를 초빙하여 레퍼토리와 내실을 꾀하고 있어요.

 

지난 3월말 감기때문에 가지 못해 아쉬웠던 <지젤>을 비롯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로미오와 줄리엣>, <카르멘> 등을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잡아 가는 듯 보였습니다. <지귀의 꿈>, <처용>, <배비장>, <춘향의 사랑>, <왕자 호동> 등 고전 발레 양식을 수용한 한국 창작 발레의 전파도 함께 해나가고 있어요.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연습실 장면]

 

 

2. 차이콥스키

1877년 볼쇼이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가 초연되었는데 두 번 다시 발레 음악을 작곡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할 만큼 차이콥스키의 실망은 컸습니다. 형편 없는 무대와 발레 안무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음악에 압도당했다고 해요. 당연히 흥행은 대실패했다고 합니다.

 

가족 중 부모님은 물론 그의 친척을 통 털어 봐도 음악과 인연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해요. 유독 음에 민감하여 10살에 이미 작곡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권유에 의해 법률을 공부하고 법무성 서기로 근무했어요. 하지만, 음악에 대한 들끓는 피를 어찌할 수 없었는지 1863년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만들어 냅니다.

 

여제자였던 안토니나와 이혼 후 충격이 컸는지 활동에 많은 지장을 받았어요. 1876년 부호 폰 메크 미망인으로부터 매년 상당한 도움을 받아 안정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합니다. 평생 부인을 만날 기회는 없었어요. 이후 <백조의 호수>, <오네긴> 등의 대작품들을 만들고 교향곡 <비창>초연 후 한 달 후인 11 2일 콜레라에 걸려 돌연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차이콥스키, 출처: 구글 이미지]

 

 

3.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더불어 차이콥스키 3대 발레음악으로 손꼽힙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왜 초연에 실패했을까요? 안무와 무대 등 많은 부분 형편없었다고 하지만, 이전의 발레음악은 안무를 받쳐주는 단순한 춤곡이었을 뿐입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그러지 않았죠. 교향악적인 수법이 도입된 발레 음악은 발레와 대등한 요소가 됩니다. 관객은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듯 합니다. 1877년 초연의 대실패 후 1895년 마리우스 프티파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새로운 안무를 선보인 <백조의 호수>가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되죠. 요즘 공연되고 있는 버전의 탄생입니다.

 

차이콥스키 음악에 그의 막내 동생인 모데스트가 대본 일부를 수정하죠. 작곡가 드리고는 곡의 일부를 변경했으며 차이콥스키 만년의 작품들 중 3곡을 선곡해서 및 편곡하여 넣었습니다. 첫 공연은 차이콥스키 추도 공연으로서 2막만이 공연되었으나 큰 인기를 얻어 총 4막으로 구성되게 만들어지죠.

 

 

[로얄발레단 <백조의 호수> 연습 장면]

 

 

4. 관람평

<백조의 호수>는 고전 발레 양식이 종종 나타나기는 하지만 낭만 발레의 대표 작품으로 불립니다. 인간과 백조의 사랑, 천재적인 악마와 선한 백조에 대립되는 흑조의 등장 등에서 숙명과 유혹 및 현혹, 어두운 이면 세계를 그리는 비현실적 작품이죠. 발레하면 쉽게 상상되는 짧은 튀튀(발레복)로 우아한 몸짓을 강조, 백조를 잘 표현했습니다.

 

지그프리트 왕자(김현웅)의 생일 파티로 시작하는 1, 우선 눈에 띄는 사람은 광대(선호현씨)였습니다. 마치 연극이자 소설의 <리어왕>을 보는 듯 했어요. 객관적인 해설자이자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합니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했어요. 파드트루와(3인무)의 안무와 음악에서는 유독 흥겨웠습니다.

 

숲 속의 호숫가로 온 왕자 그리고 동행한 악마 로트바르트(이영철)의 그림자 춤(The shadow dance)을 출 때 나오던 <백조의 호수> 테마 음악이 귓가에 생생하네요. 이 테마 음악은 이후에도 여러번 나오는데 백조의 날갯짓에 맞추어 나올 때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발레 음악과 무용을 같이 감상할 때의 힘을 느꼈어요.

 

 

[출처: 구글 이미지]

 

 

발레 블랑 군무(24인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2막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동안 봤던 춤 공연의 군무 규모를 훌쩍 뛰어 넘더라고요. 인간으로 변한 오데트(이은원)에게 반한 지그프리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백조들의 파드 트루와와 파드 캬트르(4인무)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미션을 갖고 흑조 오딜(이은원)의 막이 오르네요. 영화 <블랙스완>에 나왔던 흑조의 카리스마를 기억하는 지라 실제 오리지날 스토리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시작하자 궁정 무도회장의 연회가 펼쳐져 러시아(한나래), 스페인(박나리), 헝가리(김성은), 나폴리(신승원), 폴란드(신혜진)에서 초대된 공주들의 춤이 펼쳐졌어요.

 

이건 기대하지 않았는데.... 각국의 민속춤 성격이 가미된 발레는 개성이 모두 달라 흥미로웠습니다. 거기에 맞는 다양한 음악도 다채로웠어요. 각 국의 대표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무도회의 마지막 드디어 오딜이 로트바르트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어요.

 

 

[흑조와의 이인무]

 

 

흑조에 어울리는 튀튀였지만 영화처럼 분장까지 카리스마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었어요. 발레리나 이은원씨의 1 2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빛부터 몸짓에 이르는 춤까지 백조와는 확연히 다른 유혹과 농염함은 물론 로트바르트와의 은밀한 계략을 꾸미는 모습까지 흑조 자체였습니다.

 

32회전 푸에테를 선보이는 오딜의 테크닉은 발레 자체를 잘 모르는 제 눈에도 감탄이 나오더군요. 오데트인척하는 오딜과 '그랑 파드되'를 추며 사랑을 고백한 지그프리트, 그의 배신으로 영원히 저주 속에 살아야 할 오데트 공주, 이 둘의 마지막을 말하는 버젼은 두 가지입니다.

 

오데트 공주가 호수에 빠져 죽던가 영원히 백조가 되어 날아 가고 지그프리트 왕자는 죽는 비극의 결과가 있죠. 또한 이 둘이 악마 로트바르트와 대결하여 싸워 이기고 오데트의 저주가 풀려 왕자와 행복하게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 두 가지 버전입니다. 이번 결과는 국립발레단의 엔딩은 어땠을까요?

 

약간의 힌트를 드리자면, 마지막 장면 로트바르트가 지그프리트를 공격하려는 순간 그 앞을 막아서는 오데트 공주 그리고 울리는 <백조의 호수> 테마 음악(같은 음악이었지만 조금 더 빠르고 극적인 느낌의 연주였습니다), 글로는 간단하지만 공연을 보며 느끼는 감격은 컸습니다. 울컥스럽더군요.

 

 

[출처: 구글 이미지]

 

 

5. 에필로그

군무가 많아서인지 발레리나들이 춤출 때 마다 바닥의 마찰음이 인간적으로 들렸어요. 악마 로트바르트는 지그프리트 왕자의 또 다른 내면임을 암시한다고 합니다만 어떤 점에서 그걸 찾아야 할지 몰라 답답했습니다. 그림자 춤을 출 때 대등한 위치에서 추는 춤이 그걸 표현한다고 했는데 저는 그냥 이끌리는 모습만을 볼 수 있었어요.

 

이번 공연을 통해 발레에 대한 지식 그리고 차이콥스키와 같은 대가들에 대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발레라도 배워 필요한 지식을 얻고 싶기도 하네요.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고 봤는데도 감동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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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네이버캐스트 : 백조의 호수

2. 음악사 대도감: 차이콥스키

3. 2015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프로그램북

by 왕마담 2015.07.22 00:30